언론보도

"강남 아줌마도 단골손님… 
과일 맛은 전국 1등"

개봉중앙시장 최장수 과일가게 농협영등포농산물공판장 홍순자 사장

애경그룹 본사도 인정한 과일
대기업 마트와의 경쟁도 거뜬
과일로 집사고 자식농사시켜
건강하게 오랫동안 장사할 것

"과일 품질에 누구보다도 자신 있습니다. 서울시내 어디에서도 이 가격에 이런 맛을 내는 과일을 찾기 힘들 거예요."

개봉중앙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홍순자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농협영등포농산물직판장 간판을 단 이 가게는 착한 가격, 1등 품질을 모토로 한다. 

홍 사장은 지금 자리에서 15년, 한 블록 위에서 10년을 합쳐 25년 동안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경제의 전성기로 불렸다. 이 때는 시장에도 활기가 넘쳤다. “손님이 과일을 사려고 줄을 설 정도로 과일이 많이 팔렸다"고 홍 사장은 회고한다.

그러나 IMF 시기를 거치면서 가게가 한번 출렁였고 동네에 마트가 들어오면서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골목상권의 포식자인 대기업 마트의 저가 공세에도 가게는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 사장은 남편인 최오수 사장에게 공을 돌렸다.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고르는 선구안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최 사장의 내공은 주변 상인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실제로 최 사장은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영등포 청과물 도매시장에 도착한다. 이 때부터 단골 거래처를 훑고 신선도와 가격 등을 따져 최상의 물건을 개봉동으로 들여온다. 30여 년에 걸쳐 완성된 노하우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최 사장은 "요새 젊은 사람들이 가게를 많이 내지만 과일 고르는 노하우는 저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개봉 2동 주민들은 다른 동네보다 질 좋은 과일을 맛본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품질관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동 인근에 과일을 납품하는 곳도 늘고 있다. 최근까지 구로동 애경그룹 본사 식당에 과일을 보낼 정도로 맛, 가격 모두 인정을 받기도 했다.

또한 명절 때 선물용 과일을 사려고 외지에서 개봉동을 찾는 오래된 단골들도 많다. 이들은 90년대 후반 목동, 강남 등으로 집을 옮긴 사람들이다. 이사한 지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는 것은 직판장의 과일이 부촌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과일에 견줘봐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가게가 롱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성실함이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다. 과일가게는 저녁 11시 이후에도 불을 밝히며 늦게 귀가하는 손님을 기다린다. 이 시간대에 시장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는 몇 군데 없다. 

마트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일찍 문 열고 늦게 문 닫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홍사장은 설명한다. 또한 마트처럼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한 건 오래된 일이고 전통시장상품권을 받고 있다.

홍 사장은 과일, 야채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판매품목의 다양화를 꾀한다. 요새는 당진에 사는 여동생이 재배한 고구마를 들여와 팔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유통마진을줄여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11월 김장철에는 배추장사도 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2000포기 정도 팔았다. 

요즘 어떤 과일을 제맛이냐고 묻는 질문에 홍 사장은 "연시와 단감이 제철”이라며 “모양, 크기에 상관없이 맛이 좋다"고 했다. 사과는 당도가 높고 배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다만 귤은 본격적인 철이 아니어서 새콤하다고. 그중에서는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윤기가 흐르는 귤이 맛있다고 추천했다. 또한 바구니에 담아파는 과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로 흠이 있어 싸게 팔지만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개봉중앙시장의 간판 격인 과일공판장은 언제까지 명맥을 유지할까. 

홍 사장은 "남편과 저의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가게를 접지 않을 것”이라며 “개봉동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가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